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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초점 [동아일보]시각장애 학생 점자교재 마련 ‘깜깜’
2015-03-17 14:00:23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조회수 1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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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학생 점자교재 마련 ‘깜깜’

최혜령기자

 
입력 2015-03-17 03:00:00 수정 2015-03-17 10:24:41

 

대학 새학기 개강 보름이나 지났는데…
강의 자료 한두 달 미리 받아야… 음성파일 전환-점자책 준비 가능
일부 교수-강사 저작권 내세워 거부… 전국 1300여명 이중삼중 고통


 

시각장애를 가진 대학생들은 교재를 일일이 타이핑해 음성파일로 변환하거나 점자정보단말기(사진)를 이용해 공부해야 한다.

 

“다음 학기 전공과목 교재를 미리 알려주세요. 교재를 타이핑하려면 길게는 석 달 이상 걸려요.”

이달 4일 연세대 사회학과에 다니는 김모 씨(22)는 학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시각장애를 가진 김 씨는 강의 교재를 모두 타이핑한 뒤 파일을 변환해 음성파일로 듣거나 점자정보단말기(시각장애인용 컴퓨터)를 이용해야 공부할 수 있다. 지난 학기에는 한 과목의 담당교수와 교재가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방학 내내 준비했던 교재가 무용지물이 됐다.

대학마다 개강한 지 2주일이 지났지만 아직 교재를 준비하지 못한 대학생들이 있다. 1300여 명에 이르는 전국의 시각장애 대학생(2014년 한국복지대 조사 결과)들은 개강 한두 달 전부터 새 학기 교재를 준비하지만 개강일에 맞추기엔 역부족이다. 외국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탓에 영어 교재는 스캔만 하면 바로 텍스트파일로 변환되지만 한글은 변환율이 절반밖에 안 돼 일일이 타이핑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강의계획서가 발표되자마자 학내 장애지원센터나 인근 복지관에 타이핑을 부탁하지만 짧게는 한 달, 수학 기호나 외국어 발음기호가 포함된 책은 석 달 넘게 걸린다. 그나마도 한 곳에 두세 권밖에 맡길 수 없어 여러 곳에 나눠 부탁해야 한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저작권 때문에 강의자료를 줄 수 없다”거나 “교재를 미리 알려줄 수 없다”는 일부 교수 및 강사들이다. “교재 파일을 넘겨주는 건 저작권에 저촉된다”는 으름장에 선배가 가진 파일을 물려받지 못하고 같은 책을 다시 타이핑하기도 한다. 부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임모 씨(20)는 “파워포인트(PPT) 자료도 저작권의 일부라 줄 수 없으니 직접 강의를 듣고 타이핑하라”는 교수의 말에 예습을 포기해야 했다. 단국대에 재학 중인 박모 씨(20)는 “학기 중에 공부를 소홀히 할까 봐 교재를 미리 알려줄 수 없다”는 교수의 말에 당황한 적도 있다.

저작권법은 장애인을 위한 경우엔 저작물을 복사·배포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고, 도서관법은 장애인을 위한 비영리 목적이면 도서관이 출판사에 디지털 파일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의무조항이 아닌 탓에 국가기관인 국립장애인도서관마저도 출판사에 요청한 파일의 44%만을 넘겨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시각장애인총연합회 관계자는 “시각장애 대학생들에게는 저작권 행사를 유예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는 다음 달 3일 서울 여의도 한국장애인개발원 이룸센터에서 장애학생 수업권 향상을 위한 공청회를 갖고 학내 지원센터 전문인력 도입 방안을 논의한다.

 

출처: 동아일보(http://ww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