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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칼럼

이슈와 초점 택시회사만 배 불리는 '장애인 고용장려금'
2009-07-21 11:55:00
관리자 조회수 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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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만~60만원... 장애인 기사들 "사납금 똑같고 혜택 없어" 소아마비로 지체2급 장애인인 김수남씨(42·가명). 2008년 초 자영업에 실패하며 고시촌으로 주거를 옮겼다. 새 직장도 물색했다. 특별한 기술도 없는 중년의 나이. 더구나 장애인. 김씨에게 취업의 문은 좀체로 열리지 않았다. 한 곳, 환대한 장소가 있었다. 택시회사. 입사에 까다로운 심사도 없었다. 장애인이라고 하니 더 반겼다. 하루를 연명할 생활비가 궁하던 처지에 '내 일'이라 싶었다. 첫 채용된 택시회사에서 10개월쯤 일했다. 지금은 천안의 다른 택시회사로 옮겨 6개월째 핸들을 잡고 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 기사와 사납금 동일 경영 사정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택시회사에는 '사납금'이라는 것이 있다. 쉽게 말하면 회사에 일정금액을 바쳐야 하는 돈이다. 택시 기사들은 하룻동안 운행해 번 돈을 일단 회사에 모두 입금해야 한다. 그 가운데 택시 한 대당 1일 사납금과 운행에 소요된 가스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돈을 회사가 월급에 합산해 나중에 기사에게 일괄 지급한다. 현재 김씨가 근무하는 택시회사의 사납금은 13만6000원. 새벽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까지 종일 달려 요즘은 많을 때 23만 원, 적을 때는 19만 원을 회사에 입금한다. 사납금은 1일 13만6000원이지만 하루 운행에 들어가는 4만~5만 원의 가스비, 회사에서 세차비와 콜비로 각각 3천 원씩 제하는 것을 감안하면 온종일 일해 실제 김씨 몫으로 남는 하루 초과수입은 1만~2만 원 정도. 택시 기사들은 24시간 맞교대로 일한다. 김수남씨의 회사도 한 달 13일이 만근이다. 만근을 해도 기본급 40여만 원에 그 달의 초과수입을 합산하면 4대 보험료 등 공제액을 제외한 월급의 실수령액은 70만 원 안팎. 지난달 김씨의 급여 명세서에는 실수령액으로 71만1470원이 인쇄되어 있다. "안 먹고 일할 수는 없잖습니까? 한 달 식대비와 고시촌의 방값을 빼면 생활비도 빠듯합니다. 저축은 꿈도 못 꾸죠. 5월 말부터 천안지역 택시요금이 인상된 뒤로는 손님이 더 줄어 사납금 채우기도 버겁습니다. 그래도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로 이만한 직업은 없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얼마 전부터 김씨의 생각은 달라졌다. '장애인 고용장려금' 때문이다. 장애인 고용장려금 혜택, 사업주가 챙겨 장애인 근로자의 직업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고용촉진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용장려금' 제도가 있다. 월별 상시근로자의 2%를 초과해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에게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에서 사업주에게 일정액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장애인은 등록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로 성별과 장애정도, 고용률에 따라 1인당 매달 최소 30만 원, 최대 60만 원씩 사업주에게 지원된다. 최근 우연히 장애인 고용장려금 제도를 알게 된 김수남씨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장애인 기사라고 회사가 특별히 대우하는 것은 전혀 없습니다. 사납금도 비장애인 기사와 똑같이 적용됩니다. 그렇지만 회사는 저를 채용했다고 매달 30만 원 넘는 돈을 꼬박꼬박 장려금으로 받습니다. 고용장려금이 장애인에게는 아무런 혜택도 주지 못하고 사업주에만 도움되는 상황이죠." 비슷한 불만은 천안지역 다른 택시회사의 장애인 기사에게서도 확인됐다. 지체장애 3급의 박태순씨(51·가명). 2001년부터 줄곧 한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박씨는 고용장려금 이야기를 꺼내자 언성을 높였다. "열악한 근무 여건 탓에 택시회사는 근로자들의 이직율이 높습니다. 반면 장애인 기사들은 이직률이 낮죠. 이직률뿐만 아니라 사고율도 낮을 겁니다. 사고가 나면 장애인 기사 본인이 다칠 공산이 더 많기 때문에 안전운전을 하지 않을 수 없죠. 이직률도 낮고, 사고율도 낮고 거기에 고용장려금까지 나오니 사업주에게는 장애인 기사가 완전히 '봉'이죠." 고용장려금 혜택, 장애인들에게도 직접 돌아가야 천안지역 장애인 고용장려금 지급은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전지사에서 맡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전지사의 지난 2007년 5월 집계에 따르면 천안은 8개 택시회사에서 78명의 장애인 기사가 근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월 현재 천안지역 택시 업체는 12개 회사. 택시회사에서 일하는 장애인 기사의 수가 2007년보다 줄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장애인 택시 근로자들의 전언이다. 장애인 택시 근로자들은 고용장려금의 혜택이 사업주에게 편중돼 있다며 개선책을 요구하고 있다. 비장애인 택시 근로자와 비교해 장애인 기사의 사납금을 낮추거나 고용장려금의 일부를 수당으로 장애인 택시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택시 사업주의 입장은 다르다. 사납금 인하는 임금협정 위반이고 수당 지급은 또 다른 역차별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천안지역 A택시회사의 모 전무는 "사납금은 임금협정시 노조와 일괄 타결한다"며 "장애인 근로자라고 예외를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고용장려금의 수당 지급은 비장애인 택시 근로자들이 역차별로 문제를 제기할 소지도 다분하다"고 말했다. 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전지사도 고용장려금의 사용 권한은 사업주에게 있다고 밝혔다. 대전지사 담당자는 "고용장려금을 장애인 근로자에게도 도움되는 방향으로 사용토록 권장은 하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며 "사업장 여건에 따라, 사업주의 판단에 따라 달리 사용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고용장려금의 일부를 장애인에게 지급하는 택시회사도 있다. 천안의 신진운수는 2년여 전부터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매달 9만 원씩을 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 수당의 재원은 장애인 고용장려금에서 일부를 떼어내 충당한다. 전문가들은 고용장려금의 혜택을 장애인 근로자에게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김종인 나사렛대 인간재활학과 교수는 "장애인 근로자에게는 낮은 임금을 주고 사업주가 장려금만 착복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 근로자에게도 실질 혜택이 제공되는 방향으로 고용장려금 운영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