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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별이 지다 추기경님을 보내며
2009-02-24 10:20:00
관리자 조회수 3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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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지다
추기경님을 보내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9-02-23 22:51:03
추기경님의 여러 모습들.
에이블포토로 보기▲추기경님의 여러 모습들.
‘주 예수 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찬송가 속에서 장례 미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1주일 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신 듯 한 마음으로 전국에 애도의 물결이 넘쳤습니다. 이번 칼럼은 계획에 의하면 ‘뇌성마비의 변형을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하기’를 실어야 하겠지만, 잠시 다음 주로 미루고 지난 일주일을 채웠던 마음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명동에서 돌아와 머문 혜화동 방안에는 주인이 돌아올 것만 같은 표정으로 침대 한켠에 곰돌이 인형이 놓여있습니다. 그 분의 육신은 남에게 준 일부를 제하고 장지에 누우셨습니다. 그 분이 평생 모시면서 갈등하고 따르던 주 예수 곁으로 가기 전에 그 방에 들러서 곰돌이를 한번 안아 주고 가셨을지 모릅니다. 아니면 그 방을 들르실 시간이 부족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 분과 직접적인 만남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82년에 대학에 처음 입학했을 때부터 학교는 학교가 아니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데모의 소음과 체류 가스가 뒤섞인 것이 대학의 분위기이었습니다. 그 때부터 명동 성당과 추기경님은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의 마음속에 하나의 아이콘이 되어갔습니다.

그 누구도 그분을 투사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 누구도 그 분의 카리스마를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그 분께서는 시대의 격한 감정과 불우한 이웃을 껴안는 하나의 성채가 되셨습니다.

천주교 혹은 기독교는 유일신을 신앙하는 종교입니다. 유일신은 말 그대로 ‘오직 하나의 신’을 말하며, 그 단어 자체에 강한 배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독교는 유대교, 이슬람교와 함께 매우 배타적인 도그마를 가지고 있으며 ‘배타’는 거절, 거부 혹은 저항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런 종교의 수장으로써 그 분이 시대를 껴안은 것은 전적으로 그 분이 자신의 신과 함께 한 갈등의 소산이었을 것입니다. 이 갈등 속에서 그 분은 피조물 인간의 나약함과 육체적 한계를 보았고, 나약한 인간으로써 또 다른 나약한 타인을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으셨습니다. 그리고 이를 실천 하는 과정에서 삶 속에서 일구어야 할 행복이 어떠해야 하는지 주 예수로부터 들으신 것이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기신 ‘세상에서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라는 말씀은 우리가 어떻게 삶의 행복을 일구어낼 것인가 그 방법을 알려주시는 가르침입니다. ‘내 탓이오’ 운동과 새로 시작되는 ‘감사-사랑’운동. 이것이 그 분을 따르는 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한편 스스로를 돌아보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무슨 일이 잘못되거나 슬픔, 울분을 느꼈을 때, 이를 내 탓이오 하며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 같은 범인은 도저히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의인들로 가득한 천국에서나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대다수의 국민들이 그 분과 더 이상 이 땅에서 함께 할 수 없음을 슬퍼했던 것은 그 분께서 범인들이 할 수 없는 그 불가능을 몸소 보여 주신 것 때문 아닐까요? 추기경님께서 겸손한 마음을 품고 일평생 걸어가신 그 길을 우리에게 보여주시며 마치 ‘너도 나처럼 걸어갈 수 있는 길이야’라고 웃으시면서 다정히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많은 글들 속에서 자기의 갈등을 숨기지 않고 우리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이 분도 이때 이런 갈등을 하셨구나하는 동감이 우리 같은 범인에게도 그간 감히 하기 어려우리라 생각했던 ‘내 탓이오’ 운동과 ‘감사-사랑’운동에 한 발짝 내디디는 용기를 줍니다.

제 아버님은 생전에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와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라는 찬송을 좋아하셨습니다. 근자에 밥 먹듯이 교회 가는 것을 빼먹는 자식으로서 추기경님을 통해 아버님을 생각하며 다시 이 찬송가들을 불러봅니다.

세상 즐거움 다 버리고 세상 자랑 다 버렸네.
주 예수보다 더 귀한 것은 없네.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고요한 중에 기다리니.
진흙과 같은 날 빚으사 당신의 형상 만드소서.

칼럼니스트 김하용 (pedo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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