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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외부칼럼]③자립생활권-6·2지방선거 장애인정책 5대 주요 어젠다
2010-06-04 09:17:00
관리자 조회수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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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의제

6·2지방선거 장애인정책 5대 주요 어젠다 -③자립생활권

안진환(장애인사회연구소장)

물론 ‘자립생활권’이란 하나의 선언적 권리일 뿐 실정법상의 기본권의 하나, 즉 인간의 권리는 아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2000년대부터 ‘장애인당사자주의를 바탕으로 한 지역사회 참여와 활동’이 전체 장애인복지의 대세를 차지하고, 그런 흐름이 어느덧 일종의 트렌드(trend)로 자리를 잡은 ‘자립생활’을 하나의 권리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기본권 우선순위에서 자립생활권이 3위를 차지하였지만, 대체적인 흐름은 ‘자립생활권’이 모든 권리를 포괄할 수 있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었다. 복잡하고 추상적인 요구보다는 장애인당사자들이 원하는 권리 중의 권리는 ‘자립생활권’이었다.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명확한 단 하나의 권리에 집중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머지 권리들을 무시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지역사회에 참여하면서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서 실현되어야 할 기본권적 권리가 많긴 하지만, ‘자립생활권’은 아니다. 바로 우리가 비비고 뭉개야 하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중증장애인의 장애운동이 가져온 가장 확실한 변화를 꼽으라면 서슴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데 요체는 ‘자립생활’을 얻은 것이다. 중증이건 경증이건 장애인당사자들은 ‘지역사회 참여의 자유’와 ‘탈시설의 자유’라는 아주 복합적이고 추상적인 단어보다는 자립생활의 자유를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자립생활권’이라는 단 하나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보통 자립생활을 사회적으로 지지하는 방식은 대체적으로 네 가지 정도의 경로가 필요하다. 첫 번째는 지역사회에서 주거, 고용, 이동, 보조기기, 장차법 등의 구체적인 실현을 위하여 지자체의 조례 제·개정지원을 통해 자립생활을 실질적으로 지지해야 한다.

두 번째는 지역 사회 참여로서의 자립생활 지원인데, 활동보조서비스를 필두로 한 이런 지원은 전세계적으로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정책이다. 2010년 현재 대상인원 30,000명, 평균시간 78시간에 총 1,292억 정도를 배정하고 있으니 여전히 협소하지만 어느 정도 기반은 마련한 셈이다.

세 번째는 자립생활센터 지원이라는 형태로, 지자체별 센터사업지원․운영비 지원․기금 지원 따위 다양한 항목으로 자립생활을 지원해야 한다. IL이 실시하고 있는 사업을 보면 동료상담, 권익옹호, 자립생활프로그램(ILP), 정보제공 및 의뢰 등의 4대 핵심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너무 획일적이다. 물론 팍팍한 살림살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다소 안일하고 무기력한 느낌이다. 의아한 것은 자립생활센터의 핵심 사업을 정부·지자체가 공모하여 최소한으로 선정한 것은 예산배정을 축소하기 위한 술수일수도 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가 힘들다는 사실이다.

탈시설과 지역사회참여를 견인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자원을 연계하고, 지역사회와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자립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거지원, 고용지원, 이동지원, 보조기기, 장차법 감시, 개인에 대한 권익옹호, 법률 상담, 급부 상담, 정보접근성 향상 지원 등의 광범위한 지원이 필수적임에도 정부나 지자체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네 번째 경로는 가장 눈여겨봐야 할 지원정책으로, 바로 고용정책이다. 중증장애인의 경우 비노동 인구가 자립생활센터로 유입될 때 상당한 규모로 신규 고용 인력에 대한 직·간접 지원을 해야 하고, 다른 장애인단체의 중증장애인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이미 우리나라도 1980년대 초·중반부터 장애인고용 문제를 겪은 터여서 장애인고용이 정치적 이슈가 된 역사가 깊다. 그래서 대규모 중증장애인고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립생활이 매우 중시되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자립생활센터에서 정기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며 급여를 받는 상근활동가(비장애인 포함)는 짜게 잡아도 이미 1,000명에 근접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국 시군구의 자립생활센터에서 종사할 활동가들의 대거 등장이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을 감안할 때, 향후 2,000명 정도의 유입이 추가로 예상된다. 전국의 232개 시군구 당 최소 2개소의 자립생활센터가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제를 충족했을 때의 계산법이다. 아직도 중증장애인의 고용기지로 성장판이 닫히지 않은, 그래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자립생활의 장밋빛 전망을 전제로 말이다.

불행하게도 현재 자립생활센터의 기준과 관련한 국내 자립생활센터 관련 법규는 2007년 3월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복지법 제54조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조항에 규정하고 있는 것 외에는 별반 눈에 띄는 법적 근거나 지원기준이 없는 게 현실이다. 동법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 작업도 답보상태(개점 휴업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자립생활을 시장의 논리로 접근해 봤을 때, ‘잠재성’은 높지만 그 잠재성을 드러내지 못해 망해가는 시장의 전형을 밟고 있다. 아무래도 제일 큰 것은 ‘자립생활센터’로 형성된 서비스 유통망들이 확실하지 못하고 지원금이 동결되거나 쪼그라들면서 더 이상 대량으로 장애인이 들어올 ‘가능성이 차단된 상태’라는 것이다.

세부공약을 들여다보면, 활동보조서비스시간 월 최대 720시간까지 보장 25.8%, 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제정 및 전면개정 21.1%, 유니버설디자인(UD)연구소 설립 21.0%의 순이었다.

덧붙일 것은 탈시설을 희망하는 장애인당사자의 실질적인 시설 퇴소를 유인하기 위해서는‘자립생활정착금지원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의 2010년 예산 편성에서 전액 삭감되어 장애인당사자의 행동이‘헛발질’만 한 셈인데, 지자체 단위에서 만이라도 요구를 관철시켜야 한다.

활동보조서비스 판정위원회에 장애인당사자의 참여 보장도 많은 호응을 보였는데, 기존의 시간 판정이 전적으로 전문가나 의사, 간호사 등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 장애인당사자의 불신 현상이 심하다. 판정기준을 의료적 기준 방식으로만 접근하고 있어 사회활동에 필요한 종합적인 판정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장애인당사자의 참여가 절실한 이유이다. 차선책일 수 있으나 중증장애인에게 양질의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필요한 긴급지원이나 서비스의 질 관리 등을 통해 서비스를 개선 할 수 있는 소통창구가 마련되어야 하지만 현재 전국적으로 이러한 협의기구가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 자치단체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자립생활을 향유하기 위한 장애인당사자들 근본적인 요구와 대책은 법과 제도의 개선과 자립생활 정책 관련한 장애인당사자들의 실질적인 참여 보장이다.